티스토리 뷰

(p17)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 뿐이야


(p48)
중요한 건 네가 행복한 거고, 더불어 사는 법을 연습하는 거고, 그리고 힘든 이웃을 돕는거야. 공부를 하고 유학을 가는 거 다 그걸 위해서야. 그게 아니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p51)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그건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거야.


(p57)
가끔은 네가 너무 조숙한 게 겁이 나.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으면 그랬을까 싶어서... 엄마도 어렸을 때 아주 조숙했었는데, 그만 그것만 믿고 있다가 평생을 성숙은 못 하고 그냥 미숙하게 살았거든. 혹시 네가 그러지 않을까 겁도 나고. 너무 이해하려고 하지마. 가끔은 네가 엄마를 너무 이해하는 것 같아 겁이 나. 엄마를... 쉽게 용서하려고 하지 마. 새엄마도.. 아빠도.. 쉽게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구. 그건 미움보다 더 나빠. 진실이 스스로를 드러낼 시간을 자꾸만 뒤로 미루어서 우리에게 진정한 용서를 빼앗아갈 수 있으니까.


(p85)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 거야. 그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거야.


(p128)
나중에 혼자 생각했지. 그래, 상처와 치유가 별개냐? 내가 내가 아닐 떄, 그것은 상처이고 내가 다시 나를 찾을 때, 누구에게도 먼저 내 잘못이 아니라구요, 변명하지 않을 때 그게 바로 치유가 아니겠냐고...


(p178)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위녕,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 질러야지. 목이 쉬어 터질 때까지 소리 질러야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없을 때까지 실컷 그러고 나서...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 자, 이제 네 차례야, 하고.


(p179)
  어떤 작가가 말했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영어의 responsible이라는 것은 response-able이라는 거야.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 고.


(p205)
구약에 말이야, 다윗이라는 사람이 나와.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상 신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야. 너희 알지? 솔로몬의 아빠 말이야. 원래 다윗은 부인이 꽤 여럿 있었는데 그 사람이 부인이 여럿 있는데 남편이 있는 여자에게 반해서 그 여자의 남편을 죽게 만들고 그 여자랑, 험! 말하자면 불륜을 저질러서 아이를 낳지. 신이 예언자를 통해 다윗에게 이 잘못을 경고해. 그 잘못에 대한 벌로 그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죽게 될 거라고 신탁을 내리지. 다윗의 좋은 점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게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잘못인 줄 알았을 때, 바로 반성하는 거야. 그는 바로 옷을 찢고 재를 뒤집어쓰고 아이를 죽지 않게 해달라고 단식하며 신께 기도하지. 그렇게 여러 날 기도했는데 아이는 죽어. 그러자 다윗은 바로 음식을 가져와 먹고 다시 좋은 옷을 입어. 신하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자신의 잘못 때문에 죽은 아이인데, 실은 죽고 난 다음 곡을 하고 재를 뒤집어쓰는게 더 맞잖아? 그런데 다윗이 말하지. '이제 내가 그리로 갈 수는 있으나 그는 다시는 내게 올 수 없다. 그러니 이제 나는 내 삶을 그냥 살아야 한다'


(p211)
노력은 해야지. 노력하지 않으면 네가 너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수가 없어. 너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될 거라고.


(p225)
아저씨가 젊었을 때 어떤 유명한 스님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 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삼천배를 하고서야 어렵게 뵈었지. 그리고 물었어. 스님,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습니까? 하고. 그랬더니 그 스님이 대답하더구나. 앉아 있을 때 앉아 있고, 일어설 때 일어서며 걸어갈 때 걸어가면 됩니다, 하는 거야. 아저씨가 다시 물었지. 그건 누구나 다 하는 일 아닙니까? 그러자..... 그 스님이,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아직도 그 눈빛이 생각난다. 형형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그 눈으로 아저씨를 물끄러미 보더니 말하더구나. 그러지 않습니다. 당신은 앉아 있을 때 일어날 것을 생각하고 일어설 때 이미 걸어가고 있습니다.


(p227)
어른들은 알까, 나도 한참 더 시간이 흐른 후 깨달은 것이긴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지를, 그냥 내가 나여도 되는 것, 그냥 내가 원하는 말을 하는 것, 그것이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비록 우습고 유치하고 비록 틀릴 수 있을지라도, 무슨 말이든 해도 비난받거나 처벌받거나 미움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얼마나 우리를 잃고 갈팡질팡거리는지를,


(p228)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괜찮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인내라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자유롭게 피아노를 칠 때까지 인내하면서 건반을 연습해야 하는 나날이 있듯이, 훌륭한 무용가가 자연스러운 춤을 추기 위해 자신의 팔다리를 정확한 동작으로 억제해야 하는 나날이 있듯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과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p257)
어릴 때 읽은 동화가 있었다. 제목이 현명한 재판관이었던가. 재판관인 토끼는 거북인지 다람쥐가 와서 거북인지 다람쥐를 비난핮, 잘 들어보고는 그 말이 맞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북인지 다람쥐인지가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나를 상처 입힌 것은 바로 저 거북인지 다람쥐인지라고 하자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한다. 그러자 토끼 나라의 다른 신하가 나서서 재판관님은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고 하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자 그 말도 맞다고 말한다.
  나는 문득 그 동화가 얼마나 현명한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싿. 왜 그 제목이 현명한 재판관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은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심판이 아니라, 때로는 정의보다는 사랑이고 이해라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p262)
사람의 삶은 참 이상하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이 가장 극적으로 희망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변화무쌍한 삶.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기쁨만으로도 혹은 슬픔만으로도 살 수 없고, 그래서 사람들은 또 하루를 이겨낼 힘을 얻나 보다.


(p266)
어른이 되어도 엄마는 내 막내 동생 같고, 아빠는 여전히 반장 역할만 하는 세모돌이 같고, 새엄마는 무서운 에어로빅 강사 같다. 왜 내 주위의 어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모자란 사람들일까. 내가 만난 선생님들도 그렇다. 우리한테는 공부도 잘하고 약속도 잘 지키고 공손하고 예쁘고 착한 살마이 되라고 하면서 자기네들은 실은 뭐 그렇게 좋은 대락을 나오지도 않았고 약속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어버리고 거만한 데다가 더구나 결정적으로는, 예쁘거나 잘생기거나 착하지도 않다.
  그런데 혹시, 그러니까 어른이 되어도, 몸도 마음도 커다랗게 변하긴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결정을 가지고 그것을 드러내 보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인 거라면, 내가 어른들한테 했던 기대가 실은 완벽에 대한 요구였다면... 그렇다면 혹시, 나도 조금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어른 저 어른 흉보고 자라다가 막상 자기가 어른이 되면 그러니까, 외로워지는 걸까? 이제는 흉보고 탓할 사람도 없어져서?


(p268)
위녕,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했어. 그러니까 이제 그 결과는 네 것이야. 온전히 네 것이야. 그게 무어든 너는 그걸 받아들여야 해. 아빠는 아빠지만 너는 아니니까.... 네가 아빠가 네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기를 바랄 수는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하나뿐이야. 아빠의 마음을 푸어주려고 하거나, 왜 나를 이해 못 하나, 하고 괴로워하지마.


(p270)
엄마, 나는 가족이 뭔지 모르겠어. 부모가 무엇이고 자식이 무엇인지 모르겠어. 사람들 모두 가족이 소중하다, 소중하다,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어떤 때는 낯선 사람이 훨씬 더 내게 사랑스럽고, 나 덜 이해하는 게 느껴져.

누가 그러더라구,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와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


(p296)
너를 나무라는 게 아니야. 친구가 이상하면 안 만나면 그만이야, 다른 친구들이랑 사귀면 되니까. 하지만 가족은 달라. 엄마랑 딸은 죽어도, 정말 문자 그대로 죽어도, 죽고 나서도 엄마랑 딸이야. 아빠도 동생도 다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 자신을 조금씩 바꾸고 그래야해... 관계를 다시 설정할 수가 없으니까... 이런 것들을 감내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친구도 이해할 수 있는 연습을 하게 되고, 사람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게 되는 거야. 가족은 한번 정해지면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어쩔 수가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래.


(p304)
진정한 자존심은 자기 자신하고 대면하는 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p310)
건강만 챙겨라. 앞만 보고 가거라.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건 우리가 안다. 그러니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해야 한다. 살마의 일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다른 사람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오직 너와 네 아이들 생각만 해야 해


(p337)
그게 어떤 곳이든 그곳이 네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자리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p339)
우리는 서로 최선을 다해 존재함으로써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p340)
사는 건 참 맘대로 안 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꼭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떠올리고 싶었다. 내가 앉은 가시방석이 꽃자리라는 말과 함께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
호주에서 읽은 책.
공지영씨가 그랬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호주에서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은 책.

어느정도 공감이 가고 어느정도 가벼워서 읽기에 무리가 없었던 책.
가벼워서 사기에는 약간 아쉬운 책인듯..
그렇지만 나를 성장시키기엔 부족하지 않은 책.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